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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9월 1일부터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TU Wien에서 포닥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건 꽤나 시간이 지난 후가 되었네요. 포닥은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말합니다.

 

왜 포닥을?

 

 오스트리아라는 나라에서 포닥을 하게 되었다고 주변 지인들에게 말을 하면, 호주(오스트레일리아)와 매우 혼동을 하더라고요.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다 보면 "No Kangaroo in Austria"라는 영어문장을 가끔 볼 수 있을 정도로 외국인들도 많이 혼동하곤 합니다. 저도 포닥으로 이 나라에 오기 전까지 오스트리아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비엔나라는 도시는 매우 유명하지만 오스트리아라는 나라는 매우 생소한 인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주변 지인들에게 "왜 그 나라로 포닥과정을 하러 가냐?"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포닥 과정 후에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인프라나 사회구조상 미국으로 포닥 가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저도 후배들이 포닥을 가게 된다면 미국으로 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포닥을 가는 이유는 더 연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이겠죠? 박사를 받았던 나이가 30 세 였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고 연구를 했던 분야에서 더 깊은 연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현재 포닥을 하면서 현실적인 부분(코로나로 인한 논문 지연 및 취업문제)에 많이 부딪치고 있는데 "포닥을 왜 가려고 했을까?"라는 생각을 다시 해보니 그때는 매우 순수하게 기초과학이 튼튼한 유럽에서 연구를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포닥을 지원했었네요.. 현실을 살다 보니 초심을 잊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다시 초심을 가지고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Campus Gusshaus in TU Wien

 

왜 오스트리아로?

 

 첫 번째 이유는 사회에 대한 반항심?입니다. 대부분의 박사 졸업자들이 포닥을 미국으로 가고 싶어 합니다. 포닥 후에 취업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포닥을 한 것보다 쉽기 때문에 그런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미국은 연구 인프라도 좋고 많은 분야에서 과학기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또, 영어 실력을 늘릴 수 있다는 큰 메리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들이 대부분 가는 길을 가지 않고 싶어 했나 봅니다... (가끔 제가 생각해도 바보 같을 때가...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 많이 벌어지네요..) 두 번째 이유는 유럽에 대한 로망입니다. 과학사에서 대부분은 유럽에서 시작이 되었고, 과학적 지식이 발생한 유럽에서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과학의 발생지에서는 어떻게 연구를 진행할까라는 의문은 박사과정 내내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포닥을 지원할 때 가고싶은 대학이나 연구소의 리스트 중에 미국은 한 곳만 있었습니다. 총 8 개 정도의 리스트를 작성했던 것 같습니다. 우선적으로 정말 관심 있는 곳만 지원해보고자 했기 때문에 리스트가 적었던 것 같네요. 이 중 영국의 맨체스터 대학과 오스트리아의 TU Wien에서 면접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맨체스터 대학의 경우 연구분야가 적합하지 않아서 다른 분이 포닥이 되었고 저는 최종적으로 오스트리아 TU Wien에 오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 포닥 과정으로 국가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고, 박사과정 중에 논문을 읽으면서 정말 가고 싶다 생각하는 연구실 위주로 리스트를 작성했습니다. 

 

포닥 펀드는?

 

 저는 운이 좋게도 한국연구재단에서 박사 후 국외연수 프로그램을 통해서 펀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실적은 재료분야에 주저자로 IF 10 이상 하나 IF 7-8 3편  그 이하 2편이었던 것 같은데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박사 후 국외연수 펀드가 경쟁률이 치열하지만 유럽 쪽을 지원해서 펀드를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포닥 인터뷰를 할 때 펀드를 지원해 준다고 했었는데 (받을 걸...) 박사 후 국외연수를 통해 펀드를 받게 되어서 한국 펀드만 가지고 일 년을 생활했습니다. 저는 쫄보여서 한국 펀드에 추가로 더 지원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결혼하고 와이프랑 생활을 하고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손해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한국에서 세금을 안 떼는 줄 알았는데 세금이 나가더군요..) 오스트리아는 포닥 임금이 정해져 있는데, 연 54000 유로 (한화 7300?) 정도입니다. 

 

박사후국외연수 신청후기에 대한 링크를 남겨둘게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방문해주세요.

https://keddy.tistory.com/10

 

박사후국외연수 후기 [2019년도]

해외 포닥을 준비하는 박사 졸업자라면 연구재단의 박사후국외연수 프로그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2019년 8월에 박사를 졸업하고 박사후국외연수을 신청하여 (2월에 신청) 그

keddy.tistory.com

 

 

해외 포닥 중 개인적으로 힘든 점?

 

 첫 번째는 언어인 것 같네요. 오스트리아는 독일어를 사용하는 국가입니다. 하지만, 예상외로 대부분의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영어를 매우 잘합니다. 하지만, 평상시는 독일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생활하는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또... 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 많이 힘드네요.. 포닥 초기에는 실험실에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 때마다 정말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랩 동료들이 친절하고 잘 대해줘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미래에 대한 불안입니다. 실험이 실패할 때마다, 논문이 지연될 때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포닥들 대부분이 이 문제로 고통받고 있지 않을까요? 세 번째는 코로나 사태입니다. 불운하게 포닥을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코로나가 터졌네요.. 몇 달을 일 못하고 집에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까지도 자유롭게 밖을 돌아다니지 못하니까요.. 이렇게 힘든 점들도 많지만, 해외에 있기 때문에 좋은 점들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주변 신경 안 쓰고 와이프와 산책도 하고 단둘 이만 놀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또,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겪는 과정도 너무 좋은 것 같네요. 긍정적인 마인드로 남은 포닥 생활도 잘 지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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